전란 이라면 '전쟁 난리' 라는 뜻이다. 시절이 복잡하는 의미. 착한 도련님과 잘난 몸종의 흔한 이야기는 이제는 서사꺼리가 못된다. 그건 재미도 없는 시시한 설정에 불과할 뿐. 실제 이야기는 정여립의 '대동계'를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천하공물론, 하사비군론', "온 천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니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는 말이나, "잘난 사람은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 는 식의 정여립 사상은 "대동계'를 탄생 시켰고 정확지 않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역모"를 일으켰다기 보다는 그를 두려워하는 '왕'에게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드러나는 시대의 속살 같은 신분제에 찌눌린 억압들과 그 폭발들, 그리고 시기와 질투로 혹은 오해로 발생하는 억울과 분도들 까지, 사실 지금 시대에 보기에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과거 암울했던 독재의 폭압 속에서 보았다면 더 동의되었을 뻔한 이야기.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이해하기에는 몇번 뒤집어 본 세상도 사실은 별거 없었음을 모두 알게된 사람들에게, 차라리 이제 이런 이야기는 뭔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주입하려는 식의 가스라이팅 이라고나 해야 할까 하는 그런 영화로 보인다.
어리석은 왕과 거룩한 민초, 그리고 썩어빠진 양반들과 어렵게 죽어가는 백성들, '시대 고발'의 의미는 없을 지라도 한자락의 '의협심'을 두드리기는 한다. 선동적인 의미가 아니라면 '역사 탐구' 라는 교과서적 의미 정도라고 보인다. 그런 면에서 부산영화제의 오프닝 작으로 쓰기에는 좀 약해 보인다.
내용
영화는 꽤 길다 2시간이 넘는다. 무과 과거에 자꾸 낙방하는 도련님을 대신해서 '대리시험'을 친 몸종의 '장원'으로 궁궐에 배치되는 도련님, 그리고 그 '대리시험'이 탄로나는 것이 두려워 '약속' 했던 면천의 증서를 내주는 대신에 '죽여 버리려는 대감마님' 과 뛰어난 무예로 잘 죽지도 못하는 몸종
도망쳤다가 잡혀서 끌려온지 얼마 안돼 일어난 '왜란'과 피난을 준비하는 대갓집에 불을 지르고 대감과 안주인 마님들을 다 죽여 버리는 노예들, 노예 문서를 태워 버리는 그 광기어린 눈길과 번져가는 분노들 .. 그러저러 하다가 결국 모두 전란이 일어나기 전으로 다시 다들 돌아가는데, 전쟁이 끝나고 오는 논공행상에서 항상 일어나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오해들 그리고 악인들의 득세까지 그닥 새로운 것은 없다.
문제
이러한 분노의 불길 속에서도 노예들의 '길'은 결국 양반들이 안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식하니 '길'을 모르고 결국 그 난리를 치루고도 불평등한 신분제와 억울한 노예제로 다시 돌아가는 나라의 모습. 수많은 사람의 피를 먹으며 구르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한 사람의 수명으로 알기에는 너무 천천히 굴러 간다는 걸 알게하는 영화
그외
- 정감록의 정도령이 정여립이라는 말은 그냥 이상한 말로 듣고 만다.
- 붕당에 소속된 적이 없었던 '이이'의 추종자 였던 정여립이 '동인', 더구나 '서인' 이었다는 배신하고 '동인'이 된 자라는 역사적 설명은 서인들 혹은 왕의 옹졸함이 만든 허접한 객소리라고 본다.
- 정여립의 대동계 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사람이 호남에 1천명이나 되며 영남에 수백명이나 되었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면 이 사건이 주무대가 '전주' 일대 인 것은 맞으나, 호남을 중심으로만 일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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