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여러 시도와 실패 끝에 티스토리에서는 전문성과 '퍼스널 브랜딩'을 추구하는 전문블로그(전블)로 가기로 했다. 마라톤으로 26kg을 감량하고 그 감량된 체중을 15년 째 유지하고 있는 '위대한 다이어트의 성공자' 로서 그 내용을 써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첫글로 오래전에 당선되었던 나의 마라톤 수기를 올려 본다.
본문
얼마전에 코리아오픈마라톤대회에 나가자고 친구들이 권해서 홈피에 들어갔다가, 마라톤 수기를 공모하길래 응모했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으쓱으쓱~~) 당선이 되었다고 좀전에 전화가 왔다.ㅎㅎ. 재밋으려는지 알수 없으나, 다 읽으려면 좀 길다. '의지의 코리아오픈 러너'라는 제목은 내가 정한건 아니다. 공모 규정에 모든 수기의 제목은 이걸로 해야한다고 정한 제목이다. (별로 맘에 안드는 제목)
부상
직원> 장부장님~, 장부장님~
후배사원 하나가 뒤에서 다급한 듯 날 부르고 있었다.
나> “왜?”
무심코 돌아보려는 순간 "뿌드득” 이전엔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소리가 내 왼 무릎에서 꽤 큰 소리로 터져 나왔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 순간, 내 인생에는, 그 소리와 함께,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두 가지 화두가 불쑥 나타나고 있었다. “달리면 안 된다” 와 “달려야 한다.” 라는, 이 둘 다 모두 맞으면서도, 둘 다 모두 틀린, 이 두 가지 명제는 그 때 시작되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이불 속에서 제대로 일어나 앉을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 당신은 앞으로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고, 걷는 것도 한꺼번에 30분 이상 걸을 수 없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로 할 일은 대퇴사두근을 발달시키셔야 합니다. 밖에 나가시면 간호사가 연골 강화제와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일단 바쁘셔도 물리치료 1~2주일은 꼭 받으세요. 그것만 해도 통증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의사선생님은 바쁘신 듯 했고 동네 정형외과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연세 드신 분들이 무슨 안마라도 받으시듯 물리치료를 다니신 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 선생님, 말씀은 알아 듣겠습니다만, 사람이 뛰지도 않고, 걷지도 않으면서 무슨 수로 살을 빼나요?
연세 지긋하신 의사선생님께서 차트에서 눈을 들으시며 나를 보고 빙긋이 웃으신다.
의사 선생님> 사실, 저도 이런 말을 환자분께 드릴 때 마다 좀 그렇습니다. 사실 뭐 뾰족한 방법이 있다기 보다는 수 많은 방법이 있겠죠. 혹시 골프 좋아하시나요?
나> 예
의사 선생님> 이제부터는 카트가 없는 골프장에는 가지 마세요. 그럼
부상의 원인
내 나이 39, 173cm, 82kg, 보기 좋게 퉁퉁함을 한참 지난 볼품없는 모양의 한 사내가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병원문을 나서고 있었다.
사실 지난 며칠 간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힘든 일들이 있었다. 모 은행 e뱅킹 시스템의 설계와 그 설계에 맞는 제안서를 내야 하는 일들을 지난 3개월간 준비 해왔었는데, 어제가 그 제안서 마감일이었고 지난 3~4일간 나는 팀원들과 함께 회사의 자리에서 거의 일어서는 일도 없이 그대로 앉아서 24시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제안서를 제출하고, 집으로 자러 들어가는 그 주차장에서, 예정에 없었던 “뒤돌아봄”이 발생했었고, 완전히 굳어버린 내 몸은 그 섬뜩한 소리를 질렀던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그 전날 그 주차장 바닥은 왁스 공사를 해서 바닥이 끈적끈적했었는지! 이제 생각해 보면, 모든 환경은 나의 부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왼쪽 무릎 연골에 영구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손상은 복구되지 않습니다.
사실 나는 당시 이러한 사실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달리지 않으니까, 달리지 못하게 된 것은 문제될게 없었고, 오래 걸을 수 없다는 것은, 오래 걷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큰일 일 것이 없었다.
당장 아픈 이 통증만 없어진다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1주일 정도, 물리치료를 받고, 의사선생님께서 주신 약을 먹고, 간호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아주 쉬운 운동을 좀 하자 통증은 거의 없어졌고, 그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재발
그 여름이 다 가고, 겨울이 다 가고, 다시 한번의 겨울이 다가온 어느 날, 긴한 이야기가 있다며, 광화문 뒷골목에, 그 옛날 방식 그대로 아직도 하는 청국장 집이 있으니, 점심식사나 함께 하자는 선배의 연락이 왔다.
나> “어휴~ 그러셔야죠, 당연히 가야죠.”
좋아라 길을 나선 나는 그 선배와 울퉁불퉁한 좁다란 비포장 골목길을 한참 걷다 말고, “어이쿠”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한쪽 벽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왼다리를 질질 끌듯 늘어뜨리며 주저 앉고 말았다. 통증으로 일그러진 눈꺼풀 사이로 얕은 물기가 흐르는 가운데, 잊고 있었던 그 악몽이, 왜 인지 알 수 없으나, 왜 하필 그 순간에 찾아왔는지 알 수 없으나, 1년 반쯤이나 지난 그 순간 다시 찾아왔다. 통증이 좀 가라앉고, 영문을 몰라 하는 선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선배> “니 나아 메쌀인기 바알써 기꼬리고, 하안심하꾸마!” (네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그 꼴이냐, 한심하구나!)”
하신다
잘난 체 하기는,, 그 선배도 몇년전 나이 40에 벌써 오른팔에 오십견이 와서 제 바지 뒷주머니에든 돈지갑을 못꺼내, 편의점에서 망신 당한 적이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래 안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다만 너무 빨리 늙는 다는 것이 문제일 뿐,,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지난 1년 반 동안 다리를 180도로 완전히 펴지 못한 상태에서 약간 구부정한 상태로 살아왔었다고 하신다. 간호사 선생님께 다리 펴는 운동을 다시 배운 나는 잠들기 전과 일어나자 마자 배운 대로 침대에서 2주정도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나 사람의 게으름이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또 다시 통증이 사라지자, 언제 아팠었냐는 듯 벌써 다 잊어버린 듯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난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서,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다리 부상의 경우는, 보통 겨울에 그 통증이 더 심하다. 그 뒤로도 특히나 겨울마다, 이러저러한 통증들이 조금씩 조금씩, 가끔씩 가끔씩 찾아왔으나, 이미 조심하는 요령을 터득한 나는 그럭저럭 지내는데, 큰 문제 없이 살수 있었다.
비만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진정한 위험은 소리도 없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으니, 그 위험이란 바로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살찌움, 즉 비만이라는 놈이었다. 운동하지 않음과 먹음에 대한 수행은 살을 빼는 것이 필요한 나에게 아이러니 하게도,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어찌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결과였다. 왜냐하면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운동하면 안 되는 핑계까지 생겼으니, 얼마나 살찌기 좋은 조건이 되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맛있는 음식들이 지천으로 널린 세상에서,,
의사 선생님> 90kg을 넘기시겠습니다. 이러시다가 잘못하시면 고도비만 되십니다. 고지혈증에, 중등지방간, 폐활량이 정상치의 80%에도 미치지 못하십니다. 더구나 요산 수치가 높으시니, 통풍이나 류마치스,, 아무튼 술, 담배 끊으시고 운동하세요.
젊은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무슨 기계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오는 듯, 그 내용의 심각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세와 말투로, 건강검진 차트를 훌터 보시며 이런 말 저런 말을 하신다. 물론 당연하리라, 나 같은 비만형 도시 직장인이 한두 명이 아닐 테니.
매년 건강검진 결과를 받을 때마다 항상 이랬었다. 근처에 다른 동료들과 서로의 결과표를 비교해 보며, 너도 나만큼이나 좋지 않음을 확인하며, 서로서로에게 말도 안 되는 위로를 주고 받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담배나 한대 피우며, 저녁엔 기름진 음식과 향긋한 술을 마시며, 그렇게 그렇게 한살한살 먹어 가고 있었다.
아버지
나> 뭐요! 뭐라구요! 빨리 병원에 전화해요! 뭐라구요, 뭐, 뭐요…
새벽 6시가 조금 안된 시간, 어느 여름날,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너머로 어머니의 다급하신 목소리가 들리고, 악을 쓰듯, 뭐라고 뭐라고 소리소리 지른 것 이외에 별다른 기억이 없는 그날 아침,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다. 180cm에 57kg 어느 최빈국의 난민처럼 바짝 마르신 아버지께서는 지난 토요일 퇴원하신 뒤, 불과 몇 일만에 자신만의 또 다른 삶을 향해 세상을 버리셨다.
아버지를 보내고, 이 세상에 진정한 후원자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배신하지 않으며, 하다못해 내가 100% 잘못한 상황에서도 나의 편에 서줄 진정한 나의 지지자가, 이제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음을 철저히 깨달은 나는, 그전에 했던 나의 많은 행동들이나 말들을 후회했고 또한 그 허전함에 절망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더 진지해졌으며, 행동은 신중해 졌고, 체중은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작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건강검진 시간, 작년과 별로 다른 것 없는 결과표와 비슷한 의사선생님, 작년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었다면, 아버지를 보낸 내 마음은 작년과는 상당부분 달라져 있었다.
운동 시작
나> 그래 한번 해보자! 어차피 뛰지도 못하는 다리, 뛰다가 못 뛰게 되면 그때부터 안 뛰면 되지, 벌써부터 주저앉아서 다리 핑계만 대고 있으면, 지나가던 암세포가 불쌍해서 안 달라 붙어 주는 것도 아닐 테고, 이러다 내가 아프면, 아버지도 안 계신데, 이렇게 있을 수 만은 없다.
마음은 그럴듯하게 먹었으나, 운동이 그리 쉬운 일인가? 당시 나의 체중은 86~87kg쯤 나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가시기 전 90kg쯤 나가던 나의 체중은 가시고 난 뒤 왠지 서서히 줄어 84kg 정도까지 줄어들었었으나, 다시 조금 늘어 86~87kg쯤 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걷기를 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가까운 체육관을 등록하여 런닝머신에서 걷기를 해보았다. 실천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침마다 그저 체육관으로 가서, 거기서 지급하는 운동복을 입고, 기계 위에 올라가 한 30분쯤 터벅터벅 걷는 것이다. 끝나면 샤워하는 것이 운동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빨리 걷는 것이 가능해졌고, 점점 더 빨리 걸으면서 운동도 점점 잘되고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몸은 걷는 것을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 이건 아무리 몸에 좋더라도 오래하기엔 문제가 많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것보다 너무 지루했다. 어떤 날은 운동이라기 보다는 별로 관심도 없는 TV 프로그램을 실컷 보다 집에 온다는 느낌이 들었고, 사실 그런 날은 자꾸 많아져 갔다.
운동 효과도 “뭐 있겠거니~” 하고 믿기는 믿지만,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잘 실감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고, 처음의 각오는 매일매일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재미없음”을 같은 체육관에 다니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했고, 그 중 누군가 체육관에 있는 스테퍼라고 하는 계단 오르기 운동기구를 권해주었다. 그것이 운동효과가 아주 좋다고 권하였다. 어떤 사람은 요가를 해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윗몸 일으키기를 해야 그 뱃살이 없어진다고 하고,, 나는 이말, 저말에 휘둘리며, 이 운동 저 운동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그러는 와중에서도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면, 어쨌든 운동을 멈추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런닝머신 위에서 터벅거리던 나는, 불현듯 “한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다른 사람들은 런닝머신 위에서 씽씽 달리고 있는데, 뚱뚱한 몸으로 그럭저럭 걷고 있는 내가 왠지 그날따라,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속맘으로 자책했다.
“달리겠다니? 그게 무슨 생각이야? 무릎은 어떡하고? 정말 큰일 나고 싶어?”
그러나 마음 속에서는 왠지 알 수 없는 열망 같은 것이 슬그머니 솟아나 오르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헥! 헥!,,,”
그러나 마음과 몸이 별개라는 말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나는 불과 500m를 달리기도 전에 나의 열망이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으며,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에 불과했던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면 그렇지!” 별로 고생한 것도 없다 보니, 포기도 그냥 됐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다시 걷기 위해 런닝머신에 오른 나는, 왠지 멈추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휩싸였다.
“10분만 달려보자, 10분은 달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왠지 자존심 상한 듯한 오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의 달리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라톤
그 후 달리기 연관 서적을 몇 개 구입하여 읽었고, 그 책대로 두어달 정도 훈련하면서 한 5km 정도를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직장 마라톤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각별한 사이의 후배를 만나 자문을 구하였다.
나> “나 마라톤을 해보고 싶어”
후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나> “아니, 진짜야!”
후배> “(피식), 형, 저기 길 건너에 새로 생긴 술집이 있는데,, ”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를 안 하려고 든다.
나> “나 정말이야! 네가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아무 말도 없이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 보던 후배가 말했다.
후배> “형, 이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에요. 잘못하다가는 멀쩡한 연골도 박살이 나는 게 이거에요.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요, 왜 하필 이걸 하겠다는 거에요? 형 같은 사람이 하기엔 적당한 운동이 아니에요. 다른 것들도 많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수영이나 자전거 같은 거, 그런 건 관절에 무리가 없고, 운동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형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훨씬 더 어울려요. 그런걸 하지 그래요.”
나> “그건 나도 알아!”
그런 상식 수준의 지식을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 후
지난 3.1절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를 2시간12분에 달렸다. 마라톤을 시작한지 1년 3개월 173cm 74kg, 아직도 좀 과 체중이고 날렵하다기 보다는 어딘가 뒤뚱거리지만, 지방간 문제 없음, 폐활량 정상, 고지혈증 없음. 혈압 정상, 간수치 정상, 요산 정상, 소변검사, 혈액검사 모두 정상, 오랜만에 나를 보는 사람들은 나를 잘 못 알아본다.
아직 내 무릎은 풀코스를 달리지 못한다. 하프를 달리더라도 언덕은 걸어서 내려와야 한다. 내리막을 만나 씽씽 속도를 내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다른 주자들을 씁쓸하게 바라 보면서,,
나는 왜 달렸을까?
“사람의 인생에는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고 한다.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미스터리 중에 하나는 “내가 왜 달렸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도 잘 알 수는 없지만, 길다란 개울가를 따라 구불구불 따라가는 주로가 보이고, 하늘하늘한 바람을 따라 풀잎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보이면, 내 발걸음이 주로를 따라 흐르듯, 맑게 갠 하늘을 따라 내 마음에 자유로움이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지고,
입김이 하얀 겨울날, 피풍복을 입은 뜀꾼들이, 머리 위에서 김이 오르듯, 오롯이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이면, 캄캄한 새벽 길을 한없이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운동화 끈을 조인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오늘도 길을 나선다.
내 영혼의 자유와 건강한 평화가 신선한 그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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